분쇄 원두 물에 타 먹다가 결국은 에스프레소...
예전에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 커피의 가성비를 따지다가 가성비가 좋아 보였던 원두 커피(가성비에 노동력은 포함시키지 않았음...)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스턴트 커피 대용으로 생각하고 시작 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보다는 건강에 좋겠지..맛이나 향 그리고, 효과도 더 좋을거야...가격도 더 저렴한 것 같고...최대한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서 마시자...커피...어차피 집중력 좀 높이고 잠 안오게 하는 효과만 있으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무작정 시도해 본 방법은, 원두를 적당한 도구(믹서기 등)로 적당히 분쇄하여 인스턴트 커피처럼 뜨거운 물에 타서 가라앉힌 후 마시거나(터키쉬), 체, 필터 등으로 걸러 마시거나(프렌치프레소, 브루잉), 또는 끓는 물에 넣고 끓이는 방법(터키쉬)이었습니다. 매번 인스턴트 커피 또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커피를 마시다가 이렇게 해보면 이것도 완전 색다른 경험입니다. 나름대로 원두의 향도 있고 맛도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처럼 거르는 과정 없이 뜨거운 물에 그냥 타서 마시는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마셔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 보니,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커피, 또는 카페에서 마시는 원두커피와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원두커피는 맛과 향, 그리고 효과의 수준이 꽤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효과가 다른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커피를 마신 후 뭔가 특별한 컨디션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약발이 잘 받지 않는다는 표현이 적당하겠네요.(물론 믹스커피 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믹스커피는 심장 박동수만 올라가는 것 같네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여러가지 시도 들을 해보았습니다.
- 원두의 분쇄도를 대충 더 곱게 조절한다.
- 원두 자체를 더 많이 태운 것(에스프레소용)으로 바꿔본다.
- 원두 양을 늘린다.
- 분쇄 가루를 물에 우려내는 시간을 길게 한다.(카페인 추출량을 늘리는 목적)
- 커피 제조 방법(프렌치프레스, 터키쉬, 브루잉:거름종이 등)을 바꿔 본다.
하지만 위의 방법들로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적이 거의 없습니다. 결과물이 스타벅스 같은 카페 등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맛이 강렬 하지 않고 깔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는지 찾아 보고, 커피를 만들어 마실 때마다 이것 저것 가볍게 시도해 보다가 꽤 크게 효과를 본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원두 가루의 양을 측정하여 넣는 것(초기에는 눈대중으로 인스턴트커피의 양보다 조금 많게 넣던 것을 무게를 측정하여 10~15g 정도로 양을 많이 늘렸음)이고, 나머지 하나는 에스프레소 도구를 사용한 것 입니다.
원두 가루의 양은 마음만 먹으면 조절하기가 쉽습니다. 저울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그나마 쉽게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는데,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은 반드시 전용 도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전자동/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과 휴대용 중 어떤 것을 구매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 폭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각 제품에 대해 직접 체험을 해보고 고를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환경이 없습니다.
그래서 스펙과 사용기 같은 것들만 보고, 최종적으로는 필립스/테팔의 가성비 전자동 머신과 컴프레소라는 휴대용 에스프레소 도구를 후보군에 놓고 고민하다가 컴프레소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컴프레소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초기 투자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2. 수동 에스프레소 도구 중 평이 꽤 좋은 편이었다. 컴프레소와 전자동/반자동 머신을 비교한 여러 사용기에서 비슷한 퀄리티가 나온다고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3. 위생 관리가 매우 뛰어나다. 간단하게 100% 세척 가능하다.
4. 간편하면서, 신경도 덜 쓰려고 전자동 머신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집에서 하루에 2~3번 사용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전자동/반자동 머신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매우 길어서 위생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져 신경이 꽤 쓰일 것 같다. 또한 청소할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이다.
5. 반자동 머신의 사용 절차와 컴프레소의 사용절차를 생각해보니 그 번거로움이 얼추 비슷해 보인다.
6. "거의 매일 마시는데... 커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경험이나 좀 더 쌓아보자"는 생각이 조금 있었다. 컴프레소는 전자동/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실험해 볼 수 있는 조건들이 더 다양하다.
"어차피 집에서 휴대용 도구로 만드는 수준이어서 그렇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전에 만들어 마시던 것(주로 프렌치프레스)보다 조금 더 진하기는 하겠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위와 같이 편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비운 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사용 해보니 결과물이 꽤 좋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것이 휴대용 도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경험했던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등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습니다.(나온 적이 꽤 있습니다.) 지금까지 집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진한 농도의 맛과 향 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결과물에서 카페 주변을 지나갈 때 나던 그런 농축된 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 과장된 비유를 하면 에스프레소의 질감, 맛, 향은 홍삼 농축액, 집에서 대충 만들던 커피는 물처럼 느껴지는 홍삼액 정도의 차이입니다.
전자동/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또는 수동 에스프레소 도구 선택 시 참고 기준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제조하려고 하는 경우, 제가 생각했던 다음의 기준들을 참고하시면 선택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커피의 효과에 주로 관심이 있고 돈이 좀 넉넉 하다면 평이 좋은 전자동 머신 선택
- 주기적으로 머신 관리(분쇄날, 추출 압력, 스케일링 등의 내구성, 위생, 맛 등과 관련된 문제 해결)에 신경을 써야 함(반자동 머신도 마찬가지임)
- 그라인더가 및 워터 펌프 등 한개만 고장 나도 머신 전체를 못쓰게 됨
2. 머신과 비슷한 퀄리티의 커피를 만들면서 이것 저것 몸소 테스트 해보고 싶은 경우 위생 관리 및 내구성, 추출 퀄리티를 고려하여 수동 에스프레소 도구 선택
3. 자동/반자동 머신 관리가 귀찮고, 수동 도구 사용에 대한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카누 같은 고급 인스턴트 커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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