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예방을 위한 무시동 풀 브레이크/브레이킹 체험해 보기 ( 현대/HYUNDAI 팰리세이드/PALISADE 전복 사고 관련 )

 

논란들

요즘 팰리세이드 차량 전복 사고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습니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철저하게 자동차 공학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잘못만 부각하는 입장이고, 두번째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기준으로 사용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입장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의견들 중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거나,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것들은 우선 제외하고 제대로 된 논점을 이야기 하는 내용들을 기준으로 내용을 사실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운전자는 변속 조작을 잘못 했습니다. 후진(R) 후 브레이크를 밟고 차가 정차한 후 전진 기어 변속 버튼(D)을 누르고 기어가 바뀐 것을 확인한 후 엑셀을 밟고 주행을 했어야 합니다. 변속 레버가 있는 차량이라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텐데 변속 버튼으로 조작하는 차량이어서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2. 자동차의 구조상 후진 기어를 넣은 상태로 내리막에서 엑셀을 밟지 않으면 시동이 꺼질 수 있습니다. 다른 제조사의 경우 동작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시동이 꺼지고 기어가 중립으로 변경되는 차량, 시동이 꺼지지 않고 기어가 중립으로 변경되는 차량, 어느 정도 RPM을 올려서 버티지만 더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시동이 꺼지는 차량, 일정 시간 시동이 꺼지지 않고 천천히 굴라가다가 속도가 붙은 후 시동이 꺼지는 차량 등 )

 

3. 자동차의 구조상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2020년 2월 4일 업데이트된 팰리세이드 매뉴얼(설명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이후 현대차에서 업데이트 한 내용으로 추측되나 제가 예전 매뉴얼을 확인해 보지 못해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

 

4. 내리막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처음의 1~3번 정도만 평소와 같은 감각으로 작동시킬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했거나, 본인 힘으로는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차를 전복 시켰습니다.



논점 정의

여기서는 2번 상황에서의 자동차의 동작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성 문제 보다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자동차가 무시동 상태로 내리막을 굴러가게 된 상황 )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었습니다. 사실 조작 미숙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많은 운전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 운전자(팰리세이드 차주)와 같은 실수를 하기가 쉬워보이기 때문입니다.(버튼식 기어 변속기, 소음이 크지 않아 엔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차량, 이상 상황에서의 경고음이 경각심을 일깨워 주지 못하는 차량 등)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입니다. 무시동 상황에서 브레이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여러 곳에서 풀브레이킹을 부르짖으며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 글들이나 동영상으로 간접 체험한 분들이 많아 “브레이크가 작동 하는구나, 이제 알았으니 문제 없다” 와 같이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실전에서 맨정신으로 자동차를 다루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동이 꺼졌을 때의 브레이크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경우(브레이크 부스터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많은 자동차들이 이미 이와 같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동차의 안전성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자동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리 체험하여 자신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경험 공유

먼저 제 실제 경험에 대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팰리세이드와 같이 차를 운행하는 중 시동이 꺼진 상황은 아니지만 무시동 상태에서 브레이크로 제동해야 하는 상황은 동일합니다.

 

예전에 내리막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았다가, 시동을 걸지 않고 내리막 무동력 주행을 통해 앞으로 살짝 이동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 주차 옆 라인을 맞추기 위해 )

평소처럼(시동이 걸렸을 때처럼) 브레이크를 살짝 밟고 무동력 주행을 위해 키를 넣었는데 정지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자동차가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차가 계속 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앞에 다른 차가 주차해 있었는데, 지금까지 다른 차량과의 접촉 사고가 한번도 없던 터라,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정말 철렁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긴장을 해서 브레이크를 더 세게 밟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브레이크가 어느 정도는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브레이크를 정말 있는 힘껏 강하게 밟아 차를 겨우 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었지만, 브레이크 밟는데 강한 힘을 내기 위해 핸들을 꼭 잡고 목으로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어 몸이 일직선이 될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의 내리막 주행 및 브레이킹을 이 때(면허 취득한지 15~20년 정도의 시점)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달리는 중이 아니라 출발 시점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여 사고 없이 중요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상황, 특히 내리막에서 이런 경험을 처음 하게 되면 많은 운전자들이 제가 느낀 것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 지식(팩트 체크)

1.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예상대로(시동이 걸려있을 때처럼) 작동하는 것은 2~3차례 정도 입니다. 따라서 차를 예상되는 위치에 세우고 싶으면 브레이크를 1~3번 정도 이내로 밟으면서 차를 세워야 합니다. 1~3번 밟은 이후에는 브레이크 부스터(엔진 흡/배기 등을 이용해 부스터 내부에 진공상태를 만들어 브레이크를 밟는 힘을 배가 시키는 작용을 함)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이 때 부터는 브레이크를 정말 있는 힘껏 밟아야 합니다.(경험상 정말 강하게 밟아야 합니다.)

 

2. 이런 상황에 대한 테스트는 운전 면허 시험 과정에 없습니다.

 

3.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의 브레이킹은 일상적인 운전에서 경험 해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4. 특별한 일(레이싱, 사고 위험 등)이 없는 한, 또는 의도치 않는 한 일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시동을 건 상태에서의 풀 브레이킹(급제동)은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5. 팰리세이드 매뉴얼(설명서)이 사고 이후 최근에 업데이트 된 것으로 보입니다.

메뉴얼 다운로드 위치: https://www.hyundai.com/files/kr/ko/lib/2020/02/04/202002041580805506404.pdf

문서 제목: “[취급설명서 (판매차종) > SUV] 2019 팰리세이드 LX2 6- 시동 및 주행

문서의 내용 중 일부:

오르막길 또는 내리막길에서 반드시 전진할 때는 「D」(주행), 후진할 때는 「R」(후진)단으로 변속한 후 계기판에 표시된 변속단을 확인하고 주행하십시오. 주행 방향과 반대로 변속한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일 경우,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 성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위험합니다.

파일 이름을 확인해 보면 사고 시점 이후인 2020년 02월 04일에 업데이트된 것으로 보입니다.(이전 매뉴얼은 확인 해보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매뉴얼 다운로드 사이트의 다른 문서들의 파일이름도 모두 날짜 기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문서에서 관련 있는 부분을 캡처한 것입니다.

 

무시동 풀 브레이크/브레이킹 체험해보기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달리는 중에 테스트 하는 것은 장소를 구하기도 어렵고, 감각이 없는 사람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리막 정지상태에서 테스트 하는 방법을 자동 변속기 기준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수동 변속기 차량 소유주 분들은 시동을 걸지 않아도 기어 변속 및 중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면 더 쉽게 테스트를 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안전한 내리막길을 찾아 차를 세우고 변속 레버는 N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핸드 브레이크)를 채운 후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끕니다. 앞으로 굴러가는 테스트를 할 것이므로 반드시 내려가는 방향으로 주차하셔야 합니다.

    • 후진 방향으로 주차하시면 테스트 할 때 매우 위험합니다.

    • 자동차 마다 중립을 놓는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길 등에서 테스트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 경사도가 낮은 곳에서 테스트 하셔야 합니다. 유튜브 동영상 등에서 풀브레이킹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여서 경험이 없는 분들은 착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2.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차가 굴러가지 않는 것을 확인합니다. 만약 차가 굴러간다면 경사도가 더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테스트 하셔야 합니다.

  3. 브레이크를 꾹꾹 10번 정도 발로 밟으세요. 브레이크를 꾹꾹 밟다 보면 어느 순간 부터 브레이크 감각이 밟기 힘들 정도로 매우 딱딱해 집니다.(밟기 힘들어 집니다.) 이렇게 되면 시동이 걸리기 전 까지는 브레이크 부스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 시동을 걸고 내리막을 내려가는 중에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시동을 끈 상태에서 이렇게 하셔도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것이고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2~3번 밟은 후 갑자기 브레이크가 딱딱해져서(밟아도 잘 들어가지 않음) 감각이 변하고 차가 밀리기 시작하면 당황할 수 있으므로 사이드 브레이크로 정지할 정도의 경사에서 안전하게 출발하여 테스트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 내리막길 안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 사람, 자동차, 개, 고양이, 멧돼지, 기타 사유 재산 등이 없는 것 확인 )

  5. 키를 넣고(시동은 걸지 않은 상태에서) 핸들 락을 풀어줍니다. 핸들이 돌아가는 것을 반드시 확인합니다.(핸들 돌리기가 매우 힘들 수 있으므로 초기에 주차할 때 방향을 잘 맞추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핸들을 돌리기가 더 쉬워집니다.)

  6.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해제시켜 줍니다.

  7. 차가 조금씩 움직이도록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력을 체험해 봅니다.

    • 차의 무게, 차량별 브레이크 시스템의 차이, 운전자의 무게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는 감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벼운 분들은 체중만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8. 감각을 익히기 어렵고, 생각처럼 제동이 안된다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최대한 당기고,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아 차를 세우세요.

 

위의 테스트 방법은 진공 방식의 부스터를 사용하는 내연 기관 전용 차량에만 적용 가능합니다.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차 등은 다르게 동작할 것입니다. 이 외에 내연 기관 차량이라도 다른 방식의 부스터를 장착한 차량이라면(이런 차량이 출시되었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함) 브레이크가 시동이 걸렸을 때처럼 잘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한 장소를 찾을 수 없다면 절대로 실험을 진행하지 마세요.

 

 

참고.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분석 및 견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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