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YUNDAI 팰리세이드/PALISADE 전복 사고에 관한 분석 및 견해

 

상황과 여론

우연히 팰리세이드 전복 관련 게시글을 보고 기사와 동영상을 확인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댓글들을 보니 모두 “운전자가 김여사 였다.”는 글이 많고, "차에 대해 무식해서 사고가 난 것이다.", "길거리에 나오면 사람 여럿 죽일 운전자다"와 같은 의견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저도 내용을 대충 확인했을 때는, 후진 기어를 넣고 전진을 했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어쨌든 운전자가 잘못했나보다" 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호기심이 자꾸 발동하여 동영상을 확인해 보게 되었습니다.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영상만으로는 전혀 이상한 부분이 없는것 처럼 보였습니다. 후진했다가 앞으로 전진하는 상황이었고 처음에는 브레이크도 잘 잡혔고 계속 가다보니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운전자가 숲길 옆 언덕으로 핸들을 돌려 차가 전복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운전자와 동승자(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운전자(사고 피해자)는 당연히 제조사에 차량 결함을 분석요청하였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발생했던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황 분석(제조사)

처음에 후진 기어(R)를 넣고 후진을 하고 다시 앞으로 전진하는데, 이때 전진 기어(D)를 넣지 않고 다시 후진 기어(R)를 넣고 앞으로 전진한 것이었습니다. 경사가 있는 길이었기 때문에 후진기어를 넣었지만 앞으로 굴러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굴러가는 상황에서 "쿵" 소리가 나고 시동이 꺼지고 기어가 중립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부터 차가 내리막에서 속도가 더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시동이 꺼졌기 때문에 유압이 작동하지 않아 브레이크도 잘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속도가 더 나기 전에  운전자의 판단으로 길 옆 언덕쪽으로 핸들을 돌려 차가 전복된 상황입니다.

 

위의 상황을 보면 운전자가 분명히 조작을 잘못했습니다. 이 글만 보면 그 수많은 댓글에서 운전자 탓을 하는 것이 정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운전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다시 재연해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위에 언급한 상황을 단계별로 제 경험을 토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상황 분석( 운전자 관점 )

처음에 후진 기어(R)를 넣고 후진을 하고 다시 앞으로 전진하는데, 이때 전진 기어(D)를 넣지 않고 다시 후진 기어(R)를 넣고 앞으로 전진한 것이었습니다.

기어 넣는 방식이 레버가 아니라 버튼식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차 진행방향인 앞쪽이 R(후진)이고 차 진행방향과 반대인 뒤쪽이 D(전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위치는 레버와 똑같은 배치를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버튼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는 매우 상반된 버튼 위치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앞쪽을 누르는 것이 직관적인지 뒤쪽 버튼을 누르는 것이 직관적인지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버튼으로 바뀐 이상 이 부분은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사가 있는 길이었기 때문에 후진기어를 넣었지만 앞으로 굴러간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경사로에서 차가 어느 정도 밀릴 수 있습니다. 전진이나 후진 모두 마찬가지 입니다. 이는 운전면허의 시험 항목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는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굴러가는 상황에서 "쿵" 소리가 나고 시동이 꺼지고 기어가 중립으로 바뀌었습니다.

시동이 꺼지고, "쿵" 소리가 나면서 기어가 중립으로 바뀐 것은 차의 입장에서 미션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대로 작동한 것이라고 합니다. 차의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보면 제대로 설계한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탑승자의 안전에서 판단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먼저 후진 기어로 전진하다가 시동이 꺼지고 기어가 중립으로 가는 동작을 하는 상황이 언제 발생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뒤쪽에서 강한 힘을 받는 상황과 차가 앞방향 경사로에 있을때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뒤쪽에서 강한 힘을 받는 상황은 우선 제외하고, 운전자의 실수로 후진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경사로를 내려가는 상황만 확인해 보면,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상 차가 당연히 멈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차가 멈추기는 커녕 중립 기어로 바뀌면서 내리막길을 무동력으로 굴러가면 운전자는 매우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정말 하늘이 노래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어딘가에 부딪혀서라도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들을 검토해 보았을 때, 단지 차를 보호하기 위해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어 미션만 보호하는 설계는 자동차만을 보호하기 위한 시대에 뒤떨어진 설계입니다.

 

이때부터 차가 내리막에서 속도가 더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시동이 꺼졌기 때문에 유압이 작동하지 않아 브레이크도 잘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경우라면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시동을 다시 걸어야 겠다는 생각을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차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현재 속도와 팰리세이드의 지붕이 튼튼하다고 가정했을 때 운전자의 선택도 크게 나쁜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속도가 더 나기 전에  운전자의 판단으로 길 옆 언덕쪽으로 핸들을 돌려 차가 전복된 상황입니다.

어쨌든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조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여론

이 사건과 관련된 댓글의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중간에 시동이 꺼졌는데 그것도 의식하지 못하냐?", "쿵 소리가 나고 시동이 꺼졌는데 그걸로 문제 상황을 의식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계기반에 후진 기어 등이 들어 왔을텐데 계기반은 안보고 운전하냐", "네비에 후방 화면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도 안보고 운전하냐?" 등의 운전자에 대한 꽤 그럴듯한 논리의 비난 의견들만 매우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운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요즈음의 신차 기준으로 조금만 생각해 보면 댓글들의 내용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요즘 나오는 차량들은, 새 차 상태에서는 시동 소음이 매우 작기 때문에 시동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저RPM에서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는 타이어 마찰음이 더 들리기 때문에 분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출발 상황에서 의도대로 앞으로 잘 굴러가고 있는데 계기반이나 네비카메라화면을 일부러 확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경우는 보통 전방을 주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계기반의 기어 표시 로고는 크기가 작습니다. 보려고 했다면 몰라도 신경을 안쓰면 변경된다고 해도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후진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앞으로 굴러가는 상황은 운전면허 시험이나 일상적인 경우에서는 경험해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운전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가끔 차를 운행하는 일반 운전자가 당연히 알만한 상황인가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후진기어에서 전진주행을 하게 되면 기어가 중립으로 바뀌어 무동력으로 내리막을 굴러가게 된다는 사실을 이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쿵" 소리가 난 것에 대해서도, "무슨 소리지?" 와 같은 호기심과 함께 "내려서 확인해 봐야겠다."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만약 제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는 차를 아끼는 편이기 때문에 내려서 확인을 해봤을 것입니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을 경우(안전 문제가 아닌 경우), "바닥면에 바위 같은게 닿았나? 조금 충돌했나?" 하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시동이 꺼진 상황이지만 계기반이나 핸들, 기타 작동이 시동이 걸렸을 때처럼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댓글만 보고, 운전자만 나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와 같이 좀 더 자세히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제 경험과 비교해 보니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운전자의 상황에 꽤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댓글들은 이상한 의도(흔히 말하는 현기차 알바들의 댓글)를 가진 것으로 의심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팰리세이드 운전자가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댓글들의 내용이 대부분 자동차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일반인 운전자에게 자동차 공학의 입장에서 자동차의 구조를 설명해 주는 듯한 모양새 였는데, 사실 여기까지는 별로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댓글을 달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반 운전자 보다 자동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운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제 감으로는 5(일반인):95(전문가)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거기다 어떤 곳에서는 상황을 시연한 자동차 명장의 견해까지 정 반대로 왜곡하여, 운전자가 잘못했다고 판단한 것처럼 말을 꾸며서 여론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여론 조작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사고날 때마다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조작된 댓글로 여론을 만드는 행위는 정말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보상 또는 배상

그 외 피해자가 주장한다는 보상 문제는 제가 직접 확인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일부 언론에서 “사고났으니 4억 내놔" 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화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피해자(팰리세이드 운전자)가 주의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사고에 대해 제조사에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조사의 시대에 뒤떨어진 설계에 대해, 다른 제조사들의 자동차도 이렇게 설계되어 동일하게 동작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동차가 이렇게 동작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자동차가 설계대로 동작했으니 문제없다는 자세는 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글을 쓰게된 이유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와 관련된 기사나 동영상의 댓글들 대부분이 자동차 공학의 입장에서 사용자가 무지하여 사고가 났다는 내용들로 도배가 되어 있고 또 이를 주장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일반인은 잘 모르는 꽤 전문 용어나 자동차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제조사에만 유리한 편향적인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즉 제 경험에 의한 판단과는 다른 방향의 댓글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제 경험을 토대로 사용자 중심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경험 공유

예전에 내리막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았다가, 시동을 걸지 않고 내리막 무동력 주행을 통해 앞으로 살짝 이동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 주차 옆 라인을 맞추기 위해 )

평소처럼(시동이 걸렸을 때처럼) 브레이크를 밟고 무동력 주행을 위해 키를 넣었는데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차가 계속 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앞에 다른 차가 주차해 있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웬만큼 세게 밟아도 계속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차가 달리는 중이 아니어서 브레이크가 어느 정도는 듣고 있다는 판단이 되어, 브레이크를 정말 있는 힘껏 세게 밟아 차를 겨우 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내리막 주행 및 브레이킹을 이 때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출발 시점에 이런 경험을 처음 하게 되어 사고 없이 이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상황에서 이런 경험을 처음 하게 되면 많은 운전자들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현대 기아차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고가 국내에서 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현대 기아차는 이 사고에 대해 “100% 운전자의 책임이다” 라는 결론을 만들기 보다는, 자동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인식하여 상황에 대처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 같습니다.

 

 

참고. 사고 예방을 위한 시동 꺼진 상태에서의 풀 브레이크/브레이킹 체험해 보기 (클릭)

+ Recent posts